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커피리브레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에서 손님들이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 엘카페 선유도점. 산지와 농장이 각각 다른 커피를 시향해볼 수 있다. | 서울 지하철 8호선 강동구청역 인근의 커피몽타주 매장. 커피몽타주 제공 | 석탑과 한옥 건물이 근사하게 어울리는 프릳츠커피 원서점. 프릳츠커피 제공
‘스페셜티 커피’는 말 그대로 특별한 커피다. 좁게 정의하면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A) 평가 기준으로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받은 고품질 커피를 말한다. 와인처럼 원산지와 농장에 따라 ‘테루아르(토양·기후 등 작물의 재배 환경 특성)’가 분명하고, 고유의 맛과 향을 내는 커피를 통칭하기도 한다. 넓게 보면 스페셜티 커피는 업계의 큰 흐름이다. 흔히 ‘제 3의 물결’이라 한다. 인스턴트인 믹스 커피(제1의 물결)와 스타벅스 중심의 프랜차이즈(제2의 물결)를 거치며 점점 소비자 입맛도 까다로워지는 것이다.
국내에서 제대로 된 스페셜티 커피를 내는 곳은 50여군데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커피맛으로 최고를 다투는 서울의 카페 4곳을 골라 소개한다. 이 카페들은 특별한 커피를 내기 위해 전 세계의 커피 농장과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한다. 다이렉트 트레이드는 커피 산지의 농장을 찾아 직거래하는 걸 말한다. 여느 프랜차이즈 업체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지불해 커피 농민과 업체 간 상생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커피 농민의 늘어난 소득은 수확과 가공 기술에 투자되며 더 맛있는 커피로 되돌아온다. 맛도 좋고 마음도 편한 ‘윤리적 소비’를 가능케 하는 ‘착한 커피’를 즐기러 가보자.
국내에서 제대로 된 스페셜티 커피를 내는 곳은 50여군데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커피맛으로 최고를 다투는 서울의 카페 4곳을 골라 소개한다. 이 카페들은 특별한 커피를 내기 위해 전 세계의 커피 농장과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한다. 다이렉트 트레이드는 커피 산지의 농장을 찾아 직거래하는 걸 말한다. 여느 프랜차이즈 업체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지불해 커피 농민과 업체 간 상생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커피 농민의 늘어난 소득은 수확과 가공 기술에 투자되며 더 맛있는 커피로 되돌아온다. 맛도 좋고 마음도 편한 ‘윤리적 소비’를 가능케 하는 ‘착한 커피’를 즐기러 가보자.
■ 커피리브레(Coffee Libre)
|커피리브레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 취급
젊은 미술작가들 작품 공모 전시도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 취급
젊은 미술작가들 작품 공모 전시도

구 경성방직 사무동 건물로 등록문화재인 커피리브레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커피리브레 제공
커피리브레는 자타 공인 한국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선두주자다. 국내 1호 큐그레이더(커피 등급을 매기는 전문가)인 서필훈 대표(42)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스터(커피 생두를 볶는 사람)다. 세계대회(월드로스터스컵)에서 두 번이나 우승했다. 커피리브레 이전까지 국내 업계는 강하게 볶아 쓴맛이 나는 강배전 커피 위주였다. 서 대표는 살짝 볶는 약배전으로 커피가 지닌 고유의 맛을 강조한다. 약배전을 하면 커피의 장단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좋은 재료를 쓸 수밖에 없다. 캐러멜이나 과일처럼 새콤달콤한 맛을 내는 커피는 금세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커피리브레는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한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전 세계 13개국 100여개 농장과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한다. 이를 위해 서 대표는 1년의 절반가량을 커피 산지에서 보낸다. 니카라과에 55㏊(약 16만6000평) 규모의 농장도 직영한다. 농장에는 전 세계에서 구한 귀한 커피 품종 30여종이 자라고 있다. 몇년 뒤 맛 좋은 열매가 열리면 그 씨앗을 중미의 가난한 농부들과 나눌 계획이다.

커피리브레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에서 손님들이 전시된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김형규 기자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카페라떼, 싱글오리진 커피 등 커피리브레의 주요 메뉴는 모두 4000원이다. 2009년 개점 때부터 고수하는 가격이다. 취급하는 원두 원가를 고려하면 지나치게 저렴하다. 물론 소비자에겐 고마운 일. 서 대표는 “더 많은 사람이 스페셜티 커피의 매력을 경험하게 하고 싶어서”라고 설명한다.
커피리브레는 과테말라에 큰 지점이 있다. 국내엔 서울 연남동과 명동성당, 영등포 타임스퀘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에서 매장을 운영한다. 그중 1936년 지어진 구 경성방직 사무동 건물(등록문화재 135호)에 자리 잡은 타임스퀘어점을 찾았다. 쇼핑몰에 바로 붙어 있어 평일 낮에도 사람이 많았다. 벽에는 미술작품이 가득 걸려 있었다. 전속 큐레이터가 매년 공모로 젊은 작가 서너명을 뽑고 비용을 지원해 작품을 순차적으로 전시한다고 했다. 유서 깊은 건물에서 즐기는 커피맛이 한층 그윽하게 느껴졌다.
■ 엘카페(El Cafe)
|엘카페
수치·데이터 집착 ‘공대생 스타일’
균형 잘 잡힌 부드러운 맛이 특징
수치·데이터 집착 ‘공대생 스타일’
균형 잘 잡힌 부드러운 맛이 특징

엘카페 선유도점. 엘 카페 제공
엘카페 양진호 대표(40)는 ‘커피 덕후’에서 업계 최고 실력자가 된 ‘덕업일치’의 표본이다. 그도 한때는 ‘쓰기만 한 걸 왜 먹냐’고 툴툴대던 ‘커알못’이었다. 우연히 맛있는 커피를 한 번 마시곤 그 맛을 재현하고 싶어 석 달 만에 로스터기(커피 볶는 기계)를 사다 자취방에서 직접 커피를 볶기 시작했다. 취미로 시작한 커피에 빠져 몇 년 만에 전자부품 해외영업 일을 하던 회사를 그만뒀고 결국 2010년 카페를 차렸다.
덕후와 업자들이 뒤섞여 난상토론을 벌이던 네이버 카페 ‘커피마루’는 그가 이름을 알리고 실력을 키운 요람이었다. 영미권에서 출판된 논문과 책으로 최신 이론을 접하고 직접 카페에서 실습하면서 그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엘카페 선유도점. 엘카페 제공
양 대표는 자신의 커피를 ‘공대생 스타일’이라고 정의한다. 수치와 데이터에 집착한다는 뜻이다. 엘카페는 로스팅 과정의 온도 변화를 10초 단위로 기록하며 커피맛과 상관관계를 분석한다. 한 잔의 에스프레소에 들어가는 원두 양을 0.1g 단위로 계량해 매일 레시피를 조정한다. 예를 들어 오늘 19g의 원두로 23초 동안 추출해 38g의 에스프레소를 만들었다면 내일은 숫자가 또 바뀐다. 같은 원두도 시간이 지나며 맛이 변하기 때문에 최적의 조건을 매일 새로 고민한다는 것이다. 아이스커피를 주문했더니 가로·세로 1㎝ 크기의 작은 얼음을 담아 내왔다. 녹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더 낮은 온도에서 얼린 얼음이라고 했다. 관찰 결과 여성손님이 작은 얼음을 선호하더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양 대표는 쓴맛을 싫어한다. 자극적인 커피도 좋아하지 않는다. 엘카페가 추구하는 맛은 그래서 균형이 잘 잡힌 부드러운 커피다. 다이렉트 트레이드는 니카라과, 과테말라 등 중미 농장과 주로 한다. 양 대표는 “항상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농장들”이라고 했다. 추천 메뉴를 꼽아달라는 말에 그는 핸드드립 커피를 권했다.
엘카페는 한강변 선유도공원이 멀지 않은 서울 양평동에 매장이 있다. 오래된 공장을 개조해 특유의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인천 송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도 지점이 있다.
■ 커피몽타주(Coffee Montage)
|커피몽타주
세련되고 도회적인 스타일로
여러 산지 커피 섞은 블렌딩 유명
세련되고 도회적인 스타일로
여러 산지 커피 섞은 블렌딩 유명

에스프레소, 초콜릿, 마키아토, 탄산수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커피몽타주의 ‘에스프레소 플래터’ 메뉴. 커피몽타주 제공
“세련되고 도회적인 스타일” “카페와 제품의 감각적인 디자인” 애호가들이 커피몽타주에 내리는 평가다. 커피맛도 이런 평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주인장의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이 커피에도 반영돼 있다.
커피몽타주 신재웅 대표(40)는 공대를 나와 반도체 회사 품질보증팀에서 일하다가, 2011년 퇴사해 커피에 입문했다. 처음엔 남들처럼 ‘카페 사장을 해보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로스팅을 접하고 실제 카페에서 일하면서 호되게 배웠다. 2013년 성내동에 처음 가게를 열었다. 카페보다는 공방에 가까웠다. 처음부터 개인 손님에게 커피를 파는 것보다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카페에 납품하는 쪽에 비중을 뒀다. 원두 도매는 안정적이고 일정한 맛을 내는 품질 관리가 핵심이다. 그 수준에 이르기까지 시행착오와 좌충우돌을 겪었다. 실력은 늘 결과로 증명된다. 커피몽타주는 전국 100여곳 카페에 연 50t 물량의 원두를 납품하는 ‘카페들의 카페’가 됐다.

커피몽타주의 ‘콜드브루 샘플러’ 메뉴. 찬물에서 4시간 추출한 콜드브루 커피 한 잔과 카푸치노 한 잔, 그리고 에스프레소에 아이스크림을 띄운 아포가토가 제공된다. 커피몽타주 제공
커피몽타주는 여러 산지의 커피를 섞은 블렌딩 제품이 유명하다. 인도와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커피를 주로 쓴다. 5000원짜리 ‘에스프레소 플래터’ 메뉴를 주문하니 에스프레소와 초콜릿, 마키아토와 탄산수가 한 쟁반에 나왔다. 카페의 정체성이 그 안에 모두 녹아있었다. 찬물에서 4시간 추출한 콜드브루 커피 한 잔과 카푸치노 한 잔, 그리고 에스프레소에 아이스크림을 띄운 아포가토가 함께 나오는 ‘콜드브루 샘플러’(9000원)도 인기다. 8호선 강동구청역 바로 앞의 매장은 서울 강남권의 가장 큰 공원인 올림픽공원 입구까지 걸어서 10분 거리다.
커피몽타주는 경기 하남시에 로스팅 공장이 있다. 이름이 ‘더 스태디움’이다. 온갖 종목이 경연하는 종합경기장처럼 커피의 모든 것을 다루겠다는 포부다. 한 달에 한 번 이 커피 경기장에서 몽타주의 모든 메뉴를 시음할 수 있는 테이스팅 행사가 열린다. 정원은 6명, 참가비는 1만원이고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 프릳츠커피(Fritz Coffee)
|프릳츠커피
수준급의 커피와 빵으로 명성
원서점은 ‘도심 속의 숨은 정원’
수준급의 커피와 빵으로 명성
원서점은 ‘도심 속의 숨은 정원’

프릳츠커피의 크루아상과 커피. 프릳츠커피 제공
프릳츠커피는 커피와 빵을 팔면서 둘 다 수준급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한 카페다. 국가대표 출신의 박근하 바리스타, 두꺼운 마니아층을 형성했던 빵집 ‘오븐과 주전자’의 허민수 제빵사 등 6명이 2014년 동업해 문을 열었다.
프릳츠커피는 바리스타들에게 업계 최고 대우를 해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술자로서 기술자를 대우해줘야 한다는 게 공동 대표들의 일치된 생각이다. 직원 만족도가 높다보니 손님이 체감하는 서비스 수준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매장에선 늘 밝고 힘찬 기운이 느껴진다.
프릳츠커피도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등 주로 중미의 농장들과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한다. 생두 구매와 로스팅을 담당하는 김병기 대표(37)는 ‘클린컵’(커피를 마셨을 때 혀에 거슬리는 느낌이 없는 깔끔함)을 이유로 들었다. 자연이 선사하는 테루아르는 바꿀 수 없는 요소지만, 클린컵은 수확과 가공 과정에서 농부들이 쏟은 노력에 따라 갈린다. 그만큼 정성이 각별한 커피라는 것이다.

석탑과 한옥 건물이 근사하게 어울리는 프릳츠커피 원서점. 프릳츠커피 제공
김 대표가 추천한 메뉴는 엘살바도르 킬리만자로 농장의 ‘SL28’ 품종 커피다. 포도나 졸인 설탕 같은 맛과 향이 특징이다. 이 커피는 케냐 품종으로 가공방식(수확한 커피 체리의 과육을 제거하는 과정)도 ‘브룬디’라는 이름의 아프리카 스타일이다. 중미 농장에서 아프리카 품종과 가공방식을 사용한 커피는 매우 드물다. 김 대표는 “맛도 맛이지만 머리로 즐길 수 있는 커피”라며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실험적인 커피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오렌지와 레몬, 계피, 넛맥, 정향 등을 넣고 끓인 에이드 음료 ‘프릳츠에일’도 커피는 아니지만 사계절 잘 팔리는 메뉴다.
프릳츠커피는 서울 도화동과 원서동, 양재동에 매장이 있다. 아라리오미술관 부지의 한옥 건물에 들어선 원서점은 차가 다니는 큰길에서 불과 20m 떨어져 있음에도 한적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도심 속의 숨은 정원’ 같은 느낌이었다. 박석이 깔린 넓은 마당에 석탑을 가운데 두고 테이블이 드문드문 놓여있어 볕을 즐기기에도 그만이었다. 천천히 커피와 빵을 즐기는 동안 참새들이 발치를 왔다갔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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